아침-양수리 갈밭, Oil on canvas, 116.8x91.07cm. 2019..jpg
이영박
5月의 향기, Oil on canvas, 53.0x45.5cm. 2016.jpg

서양화가 이영박의 장미

 

◆이영박의 장미는 형태묘사를 중심으로 하는 작업이 아니다. 물론, 구체적인 장미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재현성을 의심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세부적인 표현에서는 장미의 사실적인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성물감의 특성을 응용하는 독특한 번짐 기법은 기존의 묘사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미묘한 이미지를 창조한다.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를 가진 번진 기법은 장미꽃을 사실적인 공간으로부터 격리시킨다. 현실공간으로부터 유리된 그의 조형공간에서 장미는 거대하게 확대되는가 하면 몽환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장미는 바람에 떠다니는 풍선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을 부유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환상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거기에는 달콤한 꿈과 낭만이 있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증폭시키는 환영이 자리한다. 실제의 장미가 향기로 유혹한다면 그의 장미는 환상적인 심리를 자극한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2008年 4月

◆ 최근 수년 동안 나는 을숙도,우포, 제주도, 주남 갈대와 억새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그림을 얻었다. 갈대와 익새밭 그림이 화단에 나의 존재를 알리는데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을숙도는 발길을 주는예술가 에게 무엇인가 베푸는 곳이다. 철새의 낙원 을숙도는 갈대밭 이라기 보다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갈대 와 억새는 예로부터 많은 시민들의 시심을 자극하는 특변한 대상 이었듯이 지금도 여전히 갈대의 존재및 그 가치를 인정하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2021 이영박

 

 

 ◆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문학과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에 관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이 현실에 대한 내 삶의 기록인 것이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칠하고 형상을 만드는 행위, 즉 조형 활동은 그 결과가 무엇이든지 세상에 대해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관한 보고서인 셈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결과적으로 미술가로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 미술가는 자연, 지구 또는 우주를 포괄하는 세상에서 인간사를 그림으로 말하는 에세이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항시 이러한 관점에서 캔버스와 마주한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으로써  비로소 작업이 시작된다. 그러기에 그 소재 또는 대상이 무엇이든지 선택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나는 공모전에 출품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동안 화원의 온실 정경을 그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실내작업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야를 좁힐 수 있기에 사고의 집중이 가능했다. 식물을 자연에서 가져다가 인위적으로 기르는 온실은 어쩌면 캔버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드넓은 자연에 비하면 온실은 한정된 공간이다. 그 한정된 공간에 필요한 식물 만을 채집하여 기르는 방식과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에 필요한 이미지 만을 선택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의 그림 그리는 일은 상통하는 바가 많았다.

나는 여기에서 거꾸로 자연을 보는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 자연은 인간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화가인 나는 주어진 조건으로서의 자연에 동화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다시 말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자연이 나와의 만남을 통해 화해의 얼굴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어쩌면 내가 그리는 풍경은 바로 자연이 내게 보내는 화해의 얼굴인지도 모른다.

 

최근 수년 동안 나는 을숙도 갈대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그림을 얻었다. 갈대밭 그림이 화단에 나의 존재를 알리는데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을숙도는 이처럼 발길을 주는 
예술가에게 무엇인가 베푸는 곳이다. 그렇다. 철새의 낙원 을숙도는 단순히 갈대밭 이기보다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갈대는 예로부터 많은 시인들의 시심을 자극하는 특별한 대상이었듯이, 지금도 여전히 갈대의 존재 및 그 가치를 인정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갈대는 아무래도 꽃이 핌으로써 보다 더 갈대 다운 모습이 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