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작가가 일생을 탐구하며 창작하는 과정은 역사의 한 페이지이고 삶의 여정 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일생을 회화로 창작해 온 여정은 1960년대의 자연 풍경 묘사에서부터 시작하여 1970년대의 향토성 짙은 토착 서민들의 삶의 굴레를 향(鄕)이라는 주제로 정감 있게 담아 된 작품으로, 1980년에 접어들어 바다가 없는 충청도에서 태어난 작가의 심상 속에 담겨진 배(船)라는 소재로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세계로 응축시켜 오랜 시간 탐구하며 귀항선(歸港船)을 창작해 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여행 중 얻은 역사적 유적의 영감을 통해 조형미를 발견하고 유적지(遺跡地)를 그리게 된다. 초창기에는 짙은 향토적 색채로 태고의 얼을 되새기면서 주관적인 조형 형식론에 적용한 내면의 의경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점차 조형미 의식의 절제성과 함축성 표현에 인한 침정된 색조와 서정적 투명공간의 표현으로 비구상적인 추상회화의 화풍세계로 접어들게 되면서 근 20여 년의 주제를 마감하고 순수 조형 언어로만 주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싶은 무제(無題)로 접어든다. 그러나 자연에서 출발하여 60여 년이라는 세월을 구상 속에 품어 창작해 왔으니 쉽게 자유로운 추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도 않았지만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감성이 있는 비구상 표현을 흥미롭게 창작하던 중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래도 뚜렷한 주제로 접근해보고 싶은 생각에 애초로부터 출발했던 자연으로의 회귀로 자연(自然-Nature)이라는 주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2021년에 들어서 자연을 풍경이라는 테마로 바꾸고 새로운 구성과 마티엘을 표현하여 창작하고 싶었다..

끝으로 양평에 사는 혜택으로 자연의 오묘함과 변화,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면서 창조주께 감사드리며 자연과 연계된 풍경의 모습, 연계된 상황 등을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로 재창조해 보는 새로운 길을 모색 하는 과정으로 무상(無想)으로 새로운 탐구를 묘색하고 있다. 이 여정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창작은 영원하다.---

 

1960 ~ 1972 : 지방에서 생활 주변의 모습 등을 구상적(具象的) 표현으로 묘사

1973 ~ 1983 : 서울에서의 향(鄕-The Country)에 담긴 관조의 세계

1983 ~ 1998 : 귀항선(歸港船-Boats Returning to the Port)에 실은 심상의 세 계

1998 ~ 2018 : 유적지(遺跡地-Relics site) 흉중에 있는 주관적 내면의 의경(意境)

2019 ~ 2021 : 자연(自然-Nature)의 아름다운 경지를 조형적 언어로 승화(昇華)

2022 - 무상(無想)의 경지에서 느낀 자연을 새로운 조형으로 표현

 

-평론 글-

 

80”화업의 여정, 진화된 예술경지를 이루어

 

글 : 이형옥(미학박사,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민병각화백은 1938년(청주 강서) 출생으로 교육자이자 서양화가이다.

화백은 해방 후 가장 어려운 시기, 6.25 전쟁 등의 시국동안에도 중단 없는 학업을 하였으며 졸업(1957년)한 후, 교편생활과 화업을 병행하면서 중등학교 미술교사가 되어 교육자로서 다양한 활동으로 부장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하여왔고 정년한 후에는 창작활동에 매진하기위하여 15년 전 경기도 양평으로 이주하여 오늘에 이른다.

 

화백이 교편생활을 해오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해온 것은 1970년 이후부터 이루어졌다고 본다, 초기의 작품 소재들은 충북내륙의 농경문화 속에서 태어나 바다와 배를 동경하여 온지라 바다가 막연한 그리움이 묘사의 대상이 되었으며 따뜻하고 소박한 농촌 풍경(향-鄕)을 비롯하여 어촌의 일상과 가족의 애환에 따른 귀항선(歸港船)등이 화백의 작품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소재는 ‘향(鄕, The country)’ 과 ‘귀항선(歸港船,Boats Returning to the port)이다. 그리고 이후에 ‘유적지(遺跡地, A Relics site)’ 시리즈가 등장한다.

먼저 작품에 나타난 ‘향(鄕) 시리즈 작품들은 향토성 짙은 회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농경문화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굴레를 정감 있게 담아내고자한 작품들이다. 백의민족에 의한 백색과 향토색 질의 화면구성은 색채와 구성의 이미지는 농경문화사람들이 끈끈하게 이어가는 생(生)과 한(恨) 등을 소박한 염원과 함께 소망을 담고자 하였다. 이들 작품을 통해서 강인한 생명력 즉, 생활이 담긴 삶, 향(鄕), 애환을 한국적 내면의 정신세계에 접목하여 구상과 추상이 절충된 화풍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화풍은 60年代 한국 화단에서 주종을 이루는 조형형식미와 동시성를 띠게 했다.

 

그 후 ‘귀항선(歸港船)’ 시리즈에서는 20세기 입체파의 전형을 볼 수 있는데 입체파는 화면을 회화 고유의 평면으로 환원하고 자연의 대상적 세계를 기하학적으로 해체시켜 재조립, 분할하는 새로운 조형적 체계질서의 공간을 창출했음을 말해준다. 화백의 작품에서 발상의 근저에 입체파류의 기본양식을 혼합한 기법상의 원리가 담겨져 있으며 그 바탕위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기하학적이며 구성적인 분할 면을 근간으로 작업에 변모를 거듭하여 왔다. 이들 작품들은 마치 시를 쓰 듯 파노라마가 된 화면구성으로 강약의 대비, 그리고 농담의 점이효과 등이 표현적인 분출력과 더불어 정신력에 의한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세계로 응축시켜 화업의 경륜을 더해준다.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의 ‘想-귀항선(歸港船)에 실은 심상의 세계’에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데 화백의 창작정신에 있어 작품이란 곧, 진실(眞實), 자유(自由), 극치감(極致感)을 모두에 두고 추구하는 인간정신(人間精神)의 인문학적미학을 바탕에 둔 상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화백의 창작활동이 과연 그 창작정신에 도달했는가하는 정신으로 비추어볼 때 완전함의 가능성은 무한한 것으로 예술에 있어서 인생에서처럼 힘이 닿지 않은 어느 곳에서든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비록 부족한 재능일지라도 완전하게 표현되면 무한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삶의 즐거움으로 계속 붓을 잡고 있다고 말하신 화업의 여정은 맑고 영롱함이 진화되어 왔다.

 

 

이러한 것들은 교육자로서 또는 창작하는 예술가로서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진화된 작품에서의 형식미가 교과서적인 정석은 다양하게 전개되어 현대 한국 미술로서 평면회화의 발전적 개도(開道)에 기여된 창작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작품에서 나타나듯이 구상회화(具象繪畵)에서 출발한 표현주의(表現主義) 그리고 추상형 회화(抽象形 繪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활동은 민병각 화백만의 특질을 나타낸다. 특히 추상형 회화(抽象形 繪畵)에서는 자연의 재현을

단념한 이후 더욱 강렬하게 자연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2,16∼1944,12,13- 러시아의 화가, 판화제작자, 예술이론가)의 화론처럼, 형의 절대성은 공간여백의 아우라 와 극적인 대비를 이루어 주제의 주목성을 더해주고 가시적 형상의 이미지들이 부분적으로 지워지면서 단순한 선과 형으로 이루어지지만 여전히 사물이나 자연의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는 고전적 형식이 남아 2000년 이후에까지도 추상형회화(抽象形繪畵)의 조형적 체계는 ‘자연의 이미지’를 포기하지 못하면서 고뇌하던 시간이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화백은 구상과 추상회화를 자유로운 구성으로 회화의 세계를 마음껏 전개하고 있다하겠으며 즉, 대상물을 공간 안에서 기하화(幾何化)하며 축약과 절제의 묘를 살리면서 자연의 재창조를 위해 추상회화의 예술세계에 접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상회화의 화풍세계는 2000년 이후에 제작된 유적지(遺跡地)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민병각화백이 예술을 창조라고 하는 바탕에서 화업을 추구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조는 작가의 구상(具象) 또는 영감(靈感) 속에서 형성될 수 있지만 유적지(遺跡地) 시리즈는 여행을 통해 얻은 미적발견이라 하겠다. 유적지(遺跡地) 시리즈의 창작기조가 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맨 먼저 국가관 그 속에서 역사성, 민족성, 시대적, 정신성, 가족환경 등, 배경 속에서 대상이 주어진 사전지식에 의하여 창조활동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遺跡地 시리즈는 경주를 여행하면서 신라(新羅時代)의 유적지에서 새로운 창작동인(영감-靈感)을 얻으면서 그동안의 작업방향을 변화시킨 것이다. 작품들은 역사 속에 매몰된 채 잊어버린 과거 또는 세월에 묻혔던 옛 조상들의 발자취 그리고 태고의 얼을 되새기면서 화백의 주관적인 조형형식론에 적용 내면의 의경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유적자(遺跡地) 시리즈에서는 우리고유 민족정서의 잔영을 새롭게 음미하며 창작예술로 복원하려는 작가의 역사관이 잘 들어난 주제설정의 작품들 이라하겠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주제성과 조형미 인식이 절제성과 함축성에 이른 형이상학적 아우라를 동원하여 깊고 깊은 향토적이고 사색적인 색채로 주목성과 함께 공간여백미가 동양적 내심성의 회귀로 펼쳐지고 있는데 이에 따른 두툼한 마티엘 효과는 현대미술의 진화된 사유와 정신의 결합을 잘 들어내고 있다 하겠다.

결과적으로 민병각화백은 기존에 보여 왔던 창작형식이 아닌 새로운 추상회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들은 대상의 시각적 표현이 해체되어 모더니즘의 즉물적 기법을 동시에 담아 한국적 예술관에 영적인 교섭과 심상의 세계를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진정한 창작정신과 예술혼이 신뢰성 있게 구축된 추상회화(抽象繪畵)로서 폭넓은 예술성과 독창성이 진화의 예술경지를 이루고 있어 80세, 노익장으로서 창작열이 높이 평가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7, 9